퇴사하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 책 1.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서메리>

도서관에서 이달의 추천 도서 목록을 둘러보던 중 눈에 딱 들어온 책이었다. 책을 고르는 모든 사람들의 기준은 다르다. 나는 보통 책을 고를 때 제목 > 표지 디자인 > 프롤로그 순으로 확인한다. 그렇게 가볍게 읽어보기 좋을 것 같아서 집었던 책이 나를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었다.

‘회사가 체질이 아니라서요’ 회사가 체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지구상에 존재하기는 할까? 매일 아침 일찍 무거운 몸을 이끌고 회사에 가서 갖은 일과 사람에 치여 퇴근하고 집에 오면 ‘아,, 언제 주말 오지?’, ‘진짜 놀고 먹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돌연 로또에 담첨 되면 그럴 수 있겠다 등등 온갖 상념에 빠지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닌가?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책은 약 5년 정도의 회사 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성장하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Tip을 주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최근에 나도 약 6년간의 회사 생활을 마무리하고 퇴사하였다. 살아오면서 한 번도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선택을 한 적이 없기에 이번 퇴사는 내 인생 가장 무모한 일이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마냥 퇴사가 즐겁지 않았다. 더 이상 회사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와 함께 시작을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얽혀 있었다.

나와 비슷하게 퇴사를 한 언니들은 퇴사를 하고도 이력서, 포트폴리오 작업들을 하며 구직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오늘 00기업 자소서 냈다. 근데 문항이 너무 어렵더라”, “어제 포트폴리오랑 이력서 작업 다 끝냈어!” 그 말들이 애써 억눌러 왔던 내 불안감 을 크게 증폭시켰다. 그렇지만 그간의 6년의 생활이 너무 지쳐서일까 나는 도저히 다시 그 과정을 해낼 자신도 하고 싶지도 않았다.

30살에 갑자기 퇴사를 했다고 말하는 딸을 애써 이해해 보려 노력하며 “그럼 앞으로 뭐 할 거야?”라고 묻는 부모님의 질문에 황급히 “글쎄,, 근데 나 지금 너무 행복해”라고 가장 밝은 표정으로 거짓을 말했다. 나는 행복하지 않다. 하지만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그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다.

본문에 글쓴이가 글쓴이의 엄마와 나눈 대화와 함께 글쓴이의 생각이 적힌 페이지가 있다.

p.17) 엄마의 초조한 설득을 듣던 나는 별안간 버럭 성을 내며 울었다.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아냐고, 이러다가 크게 아프기라도 하면 그때 가서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냐고 비수 같은 말로 엄마의 마음을 찔렀다.  수화기 너머로 혼란스러워하는 듯한 침묵이 이어졌다. 평소 장난처럼 퇴사를 언급한 적은 있어도, 직장생활이 힘들다는 티는 거의 내지 않던 딸이었기에 갑작스레 쏟아져 나온 5년 치의 눈물과 하소연은 엄마를 적잖이 당황시킨 것 같았다. (중략) 겉으로는 담담한 척, 잘 지내는 척해도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면 나도 모르게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에게 짜증을 냈다. 정작 나를 힘들게 한 사람들 앞에서는 한마디도 못하고, 괜히 소중한 내 사람들에게만 화풀이를 해댔다. (중략) 엄마는 미안하다고 했다. 그렇게 힘들면 당장 그만두라고, 일단 그만두고 당분간 고향에 내려와서 쉬라고 말했다.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유 없이 한가득 차오르는 눈물을 보니 나는 생각보다 꽤 괜찮지 않나 보다.

2015년에 글쓴이가 겪은 일은 2024년 내가 겪고 있는 일들과 오버랩되었다. 하지만 글쓴이와 나는 다른 점이 있었다. 나는 나를 가장 소홀히 대했다. 주변 사람들을 의식하며 나를 항상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다.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내 이야기를 들어보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세상에서 밥 벌어먹고사는 방법은 회사뿐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맞지 않는 곳에 나를 욱여넣었고, 모두가 그렇게 사니 나도 그렇게 사는 게 맞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글쓴이는 달랐다. 주변의 눈을 의식하는 것에서 벗어나 진짜 자신을 바라보았고 자신이 원하는게 무엇인지 고민하고 노력했다. 그 결과 글쓴이는 현재 프리랜서로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라도 모든 유휴시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치만 행복하다고 말한다.

나도 행복하고 싶다.
정확히는 행복하게 밥 벌어먹고살고 싶다.

모순적이게도 내 직업은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도와주는 액셀러레이터였다. 스타트업에게 비즈니스 모델 개발 교육 제공하고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지원했다. 다른 이의 꿈은 찾아주고 지원했지만 정작 내 꿈은 찾지 않았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 나를 쫓던 세상의 눈이 사라졌다. 그리고 더 이상 불안하지 않다. 아니 그건 거짓말이고 나를 덮고 있던 막연한 부정적인 감정들이 희미해지고 앞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를 조금 더 믿고 나를 응원하며 나의 시간을 가장 나답게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하지 않던 계획을 세우고 공부를 시작했다. 모든 일을 미루던 나였지만 나를 위해 미루는 것을 조금 미뤄보려 한다. 약 1년 뒤의 내 모습이 어떤 모습일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2025년 나를 돌아봤을 때 지금까지의 모든 해 중 가장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퇴사할 때 꼭 해야 할 일👇👇

#1. 30살 나는 백수가 되었다.

쉼 없이 달려온 시간이 무색하게 30살 나는 백수가 되었다.

나름 이름 있는 직장들을 다니며, 진행했던 프로젝트 대부분 좋은 성과를 냈다. 누군가의 노력의 시간에 비교하면 부족할 수 있지만 정말 치열하게 노력했고 버텼다.

그런데 그 끝이 백수라니,,

퇴사를 말하던 그날은 딱히 특별한 일이 있지도 않았다. 여느 날과 같이 광역버스 제일 앞좌석에 앉아 풍경들을 지나치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갑자기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꿈도 행복도 더 이상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는 텅 비어 버린 나를 마주하게 된 날이었다.

그날 나는 퇴사를 말했다.

매일 같이 반복되던 야근, 끝나지 않던 프로젝트, 자꾸만 나를 작아지게 만들었던 상사의 짜증들.. 언젠가는 나도 행복한 날이 오겠지 막연히 생각하며 약 6년의 시간을 보냈다. 아니 지금 생각해 보면 버텼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다.

퇴사의 이유가 이직이 아닌 퇴직일 때 주변의 반응은 냉랭했다.

“그렇게 무모하게 퇴사하면, 무조건 후회한다.”
“너만 힘든 것 같아? 다 그렇게 사는 거야”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는 사람 없어. 해야 하니까 하는거지”
“퇴사하는 거 100% 후회한다. 후회할 땐 이미 늦었어”

걱정 섞인 말과 나를 비난하기 위한 모든 말들이 섞였다.

약 3주의 시간 동안 퇴사 절차들을 밟으며 하루하루를 보냈고, 명절을 앞둔 하루 전날 24년 2월 8일 나는 백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