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없이 달려온 시간이 무색하게 30살 나는 백수가 되었다.
나름 이름 있는 직장들을 다니며, 진행했던 프로젝트 대부분 좋은 성과를 냈다. 누군가의 노력의 시간에 비교하면 부족할 수 있지만 정말 치열하게 노력했고 버텼다.
그런데 그 끝이 백수라니,,
퇴사를 말하던 그날은 딱히 특별한 일이 있지도 않았다. 여느 날과 같이 광역버스 제일 앞좌석에 앉아 풍경들을 지나치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갑자기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꿈도 행복도 더 이상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는 텅 비어 버린 나를 마주하게 된 날이었다.
그날 나는 퇴사를 말했다.
매일 같이 반복되던 야근, 끝나지 않던 프로젝트, 자꾸만 나를 작아지게 만들었던 상사의 짜증들.. 언젠가는 나도 행복한 날이 오겠지 막연히 생각하며 약 6년의 시간을 보냈다. 아니 지금 생각해 보면 버텼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다.
퇴사의 이유가 이직이 아닌 퇴직일 때 주변의 반응은 냉랭했다.
“그렇게 무모하게 퇴사하면, 무조건 후회한다.”
“너만 힘든 것 같아? 다 그렇게 사는 거야”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는 사람 없어. 해야 하니까 하는거지”
“퇴사하는 거 100% 후회한다. 후회할 땐 이미 늦었어”
걱정 섞인 말과 나를 비난하기 위한 모든 말들이 섞였다.
약 3주의 시간 동안 퇴사 절차들을 밟으며 하루하루를 보냈고, 명절을 앞둔 하루 전날 24년 2월 8일 나는 백수가 되었다.